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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넋부랑자, 하릴 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뺏긴다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최종수정 2017.04.28 11:05 기사입력 2017.04.28 11:05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절 맑디 맑은 봄 하늘을 쳐다보면 얇고 투명한 지렁이 같은 것들이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눈에 낀 아주 작은 먼지들이 일으킨 착시현상이었다. 지렁이들은 한참동안 아래로 향하다가도 눈동자의 움직임에 맞춰 다시 위로 휙하고 올라갔다.

어머니께서 점심을 먹으라고 채근하시는데도 마냥 하늘 속 지렁이의 유영을 보며 대청마루에 누워 있었다. 무언가에 홀려 모든 걸 잊고 있던 그 순간이 훗날 가장 잊히지 않는, 그리운 추억으로 남았다. 요즘 말로 '넋부랑자'였던 것이다.

넋부랑자는 말 그대로 넋이 나간 부랑자처럼 멍하니 있는 상태를 뜻한다. 취직 걱정도, 전세 걱정도 없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를 볼 때 우리는 넋부랑자가 된다. 감탄할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라서 묵묵히 흡입만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무아지경'이라는 거창한 불교적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상탈출의 재미와 여유가 느껴지는 신조어다.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가 쓴 '낮의 목욕탕과 술'이라는 에세이집에서 넋부랑자의 좋은 예를 살필 수 있다. 마사유키는 한가한 평일 대낮부터 대중 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천천히 발부터 시작해 허리까지 담갔다가 등, 배, 가슴, 어깨, 목까지 뜨거운 물로 감싼다. (중략) 시간도 세계도 우주도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모든 것이 무(無). 이 세상은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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