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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근대 5종 승마 경기, 왜 말을 고를 수 없을까?

아시아경제 티잼 이현우 기자최종수정 2017.07.11 17:01 기사입력 2017.07.11 15:33
근대 5종 경기 엠블럼(사진=국제올림픽위원회)
근대 5종 경기 엠블럼(사진=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 중계를 보다보면 '근대 5종 경기'라는 종목을 한번씩은 만나게 된다. 근대 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크로스컨트리를 합쳐서 전체 총점이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하는 종목으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5개의 세부 종목 중에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연 '승마'다. 본인 말을 탈 수 없고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한 말 중 무작위로 선별된 말을 몰며 장애물을 넘어야되기 때문이다. 일반 승마 종목에서는 오랫동안 자신과 호흡을 맞춘 자기 말을 타기 때문에 기록편차가 크지 않지만 생전 처음보는 말을 타야하는 근대 5종의 승마에선 어떤 말을 만나느냐에 따라 기록이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실격처리 되는 불운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말이 총 4번이상 장애물 뛰어넘기를 거부하거나 경기장 밖으로 도망가거나 두 번 이상 낙마하거나 제한시간을 두배 이상 초과할 경우 그 자리에서 실격된다. 성격이 예민하고 다른 사람 태우기를 싫어하는 말이 걸리면 실격 위험까지 있기 때문에 근대 5종경기 승패는 주로 승마에서 결정된다.

근대 5종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승마 종목(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
근대 5종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승마 종목(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

그런데 왜 이런 규정을 뒀을까? 일반적으로 주인과 말의 호흡을 중시여기는 승마 종목의 유래를 생각하면 언뜻 이해가지 않는 규정이다. 하지만 근대 5종 경기의 승마 종목만은 이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는 근대 5종 경기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전령(傳令)'의 역사가 숨어있다.

근대 5종 경기는 원래 일반적인 스포츠에서 유래된 경기가 아니었다. 근대 올림픽을 제창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 (Pierre de Coubertin) 남작이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시기 프랑스 전령병들의 영웅심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경기였다. 페르시아 전쟁의 승전보를 전하러 뛰다가 숨진 전령을 기리기 위해 만든 마라톤 종목처럼 근대 5종 경기도 전령의 영혼을 기리는 경기였던 것.

19세기 전투에서 전령병은 아주 위험한 병종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아 식별이 어려운 전쟁터를 오고가며 적의 포위를 뚫고 명령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근대 5종은 이 전령들이 행한 모든 행위가 녹아들어간 스포츠였다. 칼로 적을 제압하는 펜싱, 강을 헤엄쳐 건너가는 수영, 적의 말을 빼앗아 타는 승마, 적의 보초병을 저격하는 사격, 적진을 돌파하는 크로스컨트리 등 전령병이 장군의 막사에서 명령을 하달하는 목적지까지 가며 겪는 전 과정을 5개로 분할해 구성했다.

낙마사고 모습(사진=buzzsharer.com)
낙마사고 모습(사진=buzzsharer.com)

그러다보니 근대 5종의 승마만큼은 내 말이 아닌 한번도 본적 없는 남의 말을 몰아야하는 규정이 생겼다. 글자그대로 말이 심하게 말을 듣지 않아도 이를 극복하고 적진을 탈출해야했던 전령들의 고충이 그대로 스포츠화 된 셈이다.

이래서 근대 5종경기는 승마에 따라 순위가 심하게 요동치는 경기가 됐다. 실제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물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메달권이 유력시되던 선수들이 승마경기 중 낙마해 30위대로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슨 말을 탈지는 경기 20분 전에 추첨을 통해 무작위 선발되며 연습시간도 20분밖에 안주고 심지어 앞 선수들이 한참 몰아 지친 말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천운이 작용해야하는 스포츠가 됐다.

그래서 쿠베르탱 남작도 "근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무선통신 장비가 미비했던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전령병들은 무수히 많은 전투에서 사지를 넘나들며 정보를 전달했기에 그만큼 많은 수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전령의 신이었던 헤르메스 석상(사진=위키피디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전령의 신이었던 헤르메스 석상(사진=위키피디아)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정보(information)'이란 단어의 어원도 전령병이 적진을 정탐한 후 적의 실태를 보고하던 '적정보고(敵情報告)'란 단어의 줄임말에서 왔다. 정확한 적정보고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밀이었기 때문에 전령들은 주로 포로로 많이 잡혔으며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글을 남기면 비밀이 새나갈 확률이 높았기에 많은 전령들은 중요 정보 내용을 암기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지능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 주로 맡았다. 그래서 고대부터 매우 중요한 병종 중 하나였다.

이러한 전령의 이미지가 구축돼 만들어진 신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메스(Hermes)다. 헤르메스신은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자(使者)로 등장하며 특유의 재치와 지혜를 가진 신으로 묘사돼 올림포스의 12주신 중 하나로 남았다.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으로서 저승으로의 통행 또한 자유로웠기 때문에 죽은 자를 저승에 안내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만큼 전령병들이 죽음과 가까이 지냈음을 비유적으로 상징한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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