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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을 한방에 훅 가게 하는, 운전기사의 입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최종수정 2017.07.14 14:22 기사입력 2017.07.14 14:22
갑질VIP의 폭언·폭행을 100배로 갚는, 최측근의 '폭로' 왜 끊이지 않나

고용주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니라 수행기사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모시는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운전기사의 입이 바깥에서 열리면 곧 시한폭탄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장의 폭력과 폭행을 폭로하는 운전기사는 끊이지 않고 등장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고용주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니라 수행기사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모시는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운전기사의 입이 바깥에서 열리면 곧 시한폭탄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장의 폭력과 폭행을 폭로하는 운전기사는 끊이지 않고 등장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우리, 끝까지 가는 거야”

영화 <특별시민>의 3선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는 극 말미에 자신의 은밀한 비밀들을 처리한 운전기사 입에 상추쌈을 쑤셔 넣으며 우리는 한 배를 탔음을 상기시킨다.

모시는 분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고 있는 운전기사는 상사의 발 역할을 넘어 일정 전반을 수행하는 비서, 때로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배우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이지만, 최근 종근당 회장 사건으로 다시금 불거진 운전기사와 오너 간 갑질논란은 이들의 처우가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에 비해 과히 홀대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추고 숨길 흠과 탈이 많은 고용주일수록 그들에게 운전기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영화 <특별시민>의 변종구(최민식 분)는 자신의 부정한 일을 도맡아 처리해 준 수행기사에게 영화 말미 쌈을 싸먹이며 '우리'의식을 환기시킨다. 자신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이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관객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현실의 고용주들은 폭언과 폭력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사진 =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영화 <특별시민>의 변종구(최민식 분)는 자신의 부정한 일을 도맡아 처리해 준 수행기사에게 영화 말미 쌈을 싸먹이며 '우리'의식을 환기시킨다. 자신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이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관객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현실의 고용주들은 폭언과 폭력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사진 =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매 맞는 운전기사?

최근 잇따라 폭로된 고용주의 ‘운전기사 갑질’ 핵심사안은 다층적 폭력이다. 처음엔 운전스타일에 대한 지시와 욕설로 시작하지만, 이내 손찌검과 발길질로 이어지는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난 2015년 운전기사 상습 폭행 및 욕설로 물의를 빚었던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운전기사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신발 두 개 다 던지고 양말 다 던지고 마지막엔 머리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핸들을 놨었다”고 털어놓았는가 하면, 3년간 운전기사를 12번 갈아치운 현대BNG스틸 정일선 사장의 기사는 수시로 자신을 ‘닭대가리’라고 부르며 머리를 10~20대 때렸는데 “(정 사장이) 권투를 해서 주먹이 정말 아프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룸미러 떼고, 백미러 접고

통상 수행기사들이 모는 차량 내부엔 룸미러를 떼는 것이 관행이다. 모시는 분과 기사가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여기에 한 술 더 뜬 회장의 황당 요구도 있다. 지난해 운전기사 갑질 논란 사건 당시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할 것을 강요했다”며 “차량에 물이 넘칠 정도로 가득 담긴 컵을 놓고 단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시동 후 주행하는 테스트도 거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갑질의 끝은 어떻게 났을까? 앞서 언급한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신의 폭행 사실 일체를 사과하고 회장직 사퇴하며 사태가 일단락 됐고,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지난 2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으며, 이해욱 부회장 역시 지난 4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운전기사 을질도 만만찮다?

이처럼 기업 오너의 운전기사 폭행 논란이 계속되자 이를 역이용하는 운전기사 을질도 속속 등장했다.

2015년 주류회사 무학 최재호 회장의 전 운전기사는 몽고식품 사태를 들며 회장의 횡포를 폭로하겠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1억5천만 원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2일엔 모시던 사장의 차에서 회사명의 통장과 인감도장을 훔쳐 달아난 뒤 1억6000만원을 인출해 탕진한 운전기사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은 정주영 회장이 홀동광산에서 운수업을 하던 당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맺은 인연으로 그의 매제가 됐다. 사진 맨 왼쪽 김영주 회장, 맨 오른쪽 정주영 회장. 사진 = 정주영박물관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은 정주영 회장이 홀동광산에서 운수업을 하던 당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맺은 인연으로 그의 매제가 됐다. 사진 맨 왼쪽 김영주 회장, 맨 오른쪽 정주영 회장. 사진 = 정주영박물관

권력의 중심 된 운전기사?

운전기사에서 권력의 중심이 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故정주영 회장의 매제였던 故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은 정주영 회장이 홀동광산에서 운수업을 하던 당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맺은 인연으로 가족이 됐고, 故이병철 회장의 운전기사 였던 위대식씨는 한국전쟁 중 목숨을 걸고 목돈을 구해 회장의 피난을 도운 일로 평생이사직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용주 입장에서 운전기사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요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는 존재기에 채용부터 처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보편적인 입장. 사설 운전기사 학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익히 알만한 대기업 오너의 수행기사직은 구인 사이트나 채용공고가 아닌 주변 추천을 통해 선발하며, 이 때 이들에 대한 신원조회와 개인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한편 운전기사에 대한, 기업 오너의 계속되는 갑질 논란을 두고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훌륭한 기업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처신으로 서민에게 모멸감을 주고 명예를 훼손하며 운전기사에 폭언과 폭행에 의한 갑질은 국민 기본권 박탈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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