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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내 5대뉴스]①'이게 나라냐'의 답을 찾아 헤맸다

디지털뉴스부 김철현 기자최종수정 2017.12.26 14:12 기사입력 2017.12.26 11:31
올해를 달군 '5대 뉴스'-국내
2017년 벽두에도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이 질문은 끝없이 메아리쳤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는 촛불 민심은 찬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았고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가져왔다. 혼란 속에 치러진 5월의 '장미대선' 역시 전국에서 타올랐던 촛불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을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무엇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를 묻는 국민들의 질문이 있었기에 새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꼽았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정통성으로 삼은 정부는 때로는 여론의 변화 속에서 부유했다. '이게 나라다'는 답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결국 올해 한국사회는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질문에 '이게 나라다'로 답하기 위해 길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2017년 국내 5대 뉴스로 되짚어봤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박근혜 대통령 파면 =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읽어 내려간 결정문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환호했고 누군가는 탄식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된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의 명예는 탄핵으로 자리를 잃은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로 덧칠됐다.

앞서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부터 국민들의 시선은 헌법재판소에 집중됐었다. 1월 말로 퇴임한 박한철 소장에 이어 권한대행이 된 이정미 재판관이 중책을 맡았다. 탄핵심판은 양측의 공방 속에 꼬박 석 달 동안 진행됐다. 3월10일 나온 헌재 결정문의 마지막 문장은 올해 우리사회가 가려고 한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파면결정과 이를 계기로 시대정신을 반영한 권력구조의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가일층 확고해지고,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한 시장경제질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는 가운데 더욱 발전하여 우리와 우리 자손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안전과 행복은 확대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 = 헌법재판소가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12월20일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 선거는 5월9일로 앞당겨졌다. 장미가 피는 시기 치러지는 선거라는 의미에서 '장미대선'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이것은 국정농단 사태라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민주주의라는 장미는 다시 필 수 있다는 바람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충격을 받은 보수 표심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옮겨 다녔고 결국 문재인 후보가 41.08%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에 올랐다. 그가 지난 9월 '2017 세계 시민상'을 수상하며 밝힌 수상 소감은 자신의 당선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간명하게 전한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적폐청산위원회
적폐청산위원회

◆국정과제 1호 적폐청산 =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출범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7월20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100대 국정과제 중 1호로 '적폐청산'을 꼽았다. 비전으로 삼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요구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7월부터 전 정권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 부대로 여론 조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도 국정원을 통해 불법 사찰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아 쌈짓돈으로 썼던 관련자들은 일제히 수사선상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 채용비리, MBC 부당노동행위, 국정 역사교과서 등 보수정권의 '적폐'로 여겨지는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이 상존했고 이는 계속되는 혼란을 낳았다.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국방부 브리핑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국방부 브리핑

◆북한, 6차 핵실험 강행 =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 한 해를 '도발의 해'로 정한 듯 했다. 우선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올해 총 15회, 20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한다. 미사일을 쏘지 않을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불안감을 키웠다.

급기야 9월3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후 네 번째 감행된 핵실험에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심해졌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위협이 현실이 되면서 군사옵션도 더 이상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러던 사이 남북관계는 개선의 여지를 찾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대화의 희망은 침전하고 있다.


◆포항 지진과 수능 연기 = 11월15일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서울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국내에서 일어난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었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과 경각심은 커졌다. 문제는 지진 이튿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정부는 수능 시험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포항지역 12개 시험장이 붕괴할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5523명의 포항 지역 수험생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연기가 결정됐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이 시험이 도입된 199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했다. 시험이 무사히 끝난 이후 포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말은 '이게 나라다'라는 답을 찾아 헤맨 올해를 관통하는 가치가 반영돼 있었다. 그는 "전체 수험생 59만 명 중 포항 지역 수험생은 1%가 채 안 된다"며 "늘 소수자를 함께 배려하는 게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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